뉴빌리티에 입사하기 전엔 많이 지쳐서, 쉬는 기간이 길었어요. 일을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 먹었을 때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조금 더 신중해졌습니다. 일반적인 회사보다는 성장하는 스타트업,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지 않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뉴빌리티는 대한민국에서 몇 안 되는 로봇 하드웨어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만들고, 서비스까지 하는 통합 회사였어요. 가치가 크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전에 하던 일과 접점이 있으면서도 도전할만한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필드 엔지니어의 가장 주된 업무는 로봇에 문제가 생기면 수리를 하거나 그에 맞는 대응을 해서 모든 서비스가 원활히 운영되도록 하는 일 입니다. 로봇이 고장 나거나 하는 일은 어떻게 보면 간단한 일인데, 서비스 측면에서는 치명적인 이슈일 수 있거든요. 현장에서 나타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고 대응하는 일이 주요 업무라고 할 수 있고요.

다음으로는 현장에서 나타난 로봇의 이슈를 정리해서 개발자들이 원인을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정리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업체마다 필드 엔지니어의 업무가 다르겠지만, 저희는 QA(Quality Assurance) 테스트도 중요도 높은 업무로 진행하고 있어요. QA는 자율 주행 소프트웨어가 로봇에 잘 적용이 되고 개발한 의도대로 잘 운행하는지 검증하고, 검증한 내용을 보고서로 정리하는 업무입니다. 테스트하고 필요한 부분을 개선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로봇의 성능을 향상 하는 거죠.

입사 전에는 드론으로 맵핑을 하는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어요. 처음에는 드론 파일럿으로 입사를 했다가, CS매니저로 직무가 확장 되었습니다. 주로 담당했던 일은 드론으로 건설현장을 촬영해서 그 데이터로 3D 지도를 만드는 업무였고요. 건설 현장 직원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기도 했습니다. 

네 맞아요. 저는 뉴빌리티 ‘현장운영팀’으로 입사했는데요. 당시 현장운영팀은 고객이 있는 현장에서 서비스를 제공해본 경험이 있는 직원을 뽑고 있었어요. 전 직장에서 했던 것도 드론을 날리고 끝나는 게 아니라, 드론을 현장 고객들이 직접 촬영할 수 있게 교육을 하기도 하고,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현장에서 이슈를 해결하는 일을 같이 했기 때문에 현장운영팀 업무와 비슷한 점이 있었어요.

먼저 회사의 필요가 있었어요. 현장에서 로봇을 운영하게 되면 고장이 나거나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조정이 필요한 때가 있는데요. 필드 엔지니어가 없을 때에는 개발자를 호출해서 이슈를 해결해야 했어요. 1년 전만 해도 뉴빌리티 안에 필드 엔지니어라는 직무는 없었거든요.

회사가 성장하면서 배달 로봇이 움직이는 현장이 많아지고,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이 필요하게 되어 회사 내부적으로 지원자를 뽑았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고치고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팀 이동을 지원했어요. 처음 입사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을 할 줄은 몰랐는데, 당시에 원하는 일을 쫓아가다 보니 새로운 일을 하고 있네요.

필드 엔지니어 역할을 수행하려면 이슈가 발견될 때마다 현장에서 원인을 찾고 해결 해야 하는데요. 그 원인은 하나가 아닐 수 있어요. 하드웨어의 고장 일수도 있고, 사람이 조작을 잘못했을 수도 있고, 소프트웨어 이슈일 수도 있죠. 그 원인을 추리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뿐 아니라 뉴빌리티 모든 팀의 통합적인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했습니다.

처음 필드 엔지니어로 로봇팀으로 소속되었을 때, 몇 가지 교육을 받았어요. 먼저 필수적으로 로봇을 이해해야 했어요. 로봇의 회로도나 구조도를 공부했고요. 로봇을 처음부터 끝까지 조립하는 과정을 항상 참여하면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공부했어요. 자율주행 팀에서도 어떻게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지 교육을 해주셨고요.

맞아요. 처음에는 비전공자이고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의사소통 하면서 나오는 용어도 알아 듣기 힘들었고요. 예를 들어 ‘M4의 10볼트가 필요해요’ 하면 그게 뭔지 모르는 수준이었어요.

처음엔 맨날 액션캠을 들고 다녔어요. 기억을 못하겠다 싶으면 사진을 찍고, 다른 직원이 설명해주면 동영상으로 찍어서 집에서도 반복해서 보고 익혔어요.

어렵긴 했지만 재미있었어요. 현장운영팀에 있으면서 로봇의 센서나 각 부품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거든요. 겉으로 봐서 조금씩 알고 있던 게 통합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이었어요.

로봇팀 전체예요. 모든 분들이 도움을 많이 주셨어요. 본연의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도 귀찮아 하지 않고, 매번 자세히 설명해주셨고요.

저희는 한 번 나갈 때마다 다시 사무실로 돌아올 일이 없도록 최대한 준비를 잘해서 나가야 하는데요. 현장에 나갈 때마다 수리에 필요할 것 같은 부품도 잘 챙겨주셨어요. 한 파트 뿐만이 아니었고요. 기구, 전장, 하드웨어, 펌웨어 등 셀이 많이 나뉘어있는데 모든 분들이요. 그렇게 모든 팀에서 조금씩 챙겨주셨던 것이 전부 필드 엔지니어 셀의 노하우로 쌓였습니다.

필드 엔지니어는 외부 고객을 대하는 때도 있지만, 내부 고객을 대하는 때가 더 많아요. 내부 고객이라 하면 뉴빌리티 로봇팀 팀원들이나 사업팀, 오토노미팀, 현장운영팀이에요. 각 팀에 도움을 주었다고 느낄 때 뿌듯함을 느껴요. 예를 들어 필드 엔지니어는 현장에 가면 현장운영팀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요. 어떤 이유로 서비스가 막혀서 힘들어 할 때,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슈를 해결하고 나면 현장운영팀이 고마움을 전하곤 해요.

또 저희는 매주 QA를 거치면서 가장 먼저 로봇의 이슈를 파악하고, 정확한 결과 피드백을 정리해 전달하거든요. QA를 할 때마다 하드웨어나 자율주행 성능이 점점 향상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네. 경험이 쌓이다 보니 문제의 원인이 점점 유형화 되고, 이슈가 쉽게 파악되곤 하거든요. 예전에는 카메라가 안 나온다는 이슈가 있을 때, ‘선이 연결되어있나’ 정도를 떠올렸다면, 지금은 어떤 부품이 어떻게 연결되어있는지 로봇에 접속해서 확인 할 수도 있고요.

기능적인 성장 외에도 성장한 것이 있다면, 팀원의 성장을 고민하게 된 변화예요. 이제는 나 혼자서만 잘해서는 안되고, 팀 전체가 다 같은 업무 능력을 보여주면서 팀이 함께 성장해야 해요. 요즘에는 같이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직무나 회사가 하는 일은 진취적이고 진보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업무 만큼은 보수적으로 하는 편이에요. 보수적이라는 뜻은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확인하고, 꼼꼼하게 일하는 편이에요.

친구들은 ‘혹시 모르는 병’에 걸렸다고 해요. ‘혹시 모르니까 이것도 챙겨’라는 말을 자주 하고요. 그렇게 챙기지 않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고, 실제로 혹시 몰라 챙겼던 것이 유용하게 쓰일 때가 많거든요. 과할 정도로 준비하는 점이 있어요.

저는 이곳에 입사하고 정말 많이 배웠어요. 보통 회사에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식은 혼자서 공부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맞는지 틀렸는지 알기가 힘든 부분이 있는데요. 뉴빌리티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현장팀까지 무엇 하나 질문하거나 요청하면 피드백이 정말 빨랐어요. 같은 맥락으로 이슈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하고 개선하는 사이클도 정말 빨랐고요. 그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문제가 있어도 늘 더 잘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믿음이 있어서 든든해요.

또 기본적으로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자체가 좋은 인재를 쓰는 것에 주저하지 않아요. 필요한 영역이 있다면 빠르게 좋은 인재를 채용하고요.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고, 개별 담당자의 역할과 책임을 신뢰한다는 점이 건강한 조직이라고 생각돼요.

전공이 다르다고 해서, 이전 경력이 다르다고 해서 망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서 배우면 된다는 자신감으로 가능성을 열어두면 좋겠어요.

저의 과거를 다시 생각해보면, 이전에 경험한 일이 미래의 일로 연결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전 직장에서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파일럿’을 뽑았기 때문에 국어국문학과에서 배운 글쓰는 능력이 도움이 되었고요. 뉴빌리티의 현장운영팀으로 취업할 때에도 이전 회사에서 현장 교육을 해보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필드 엔지니어 역할을 새롭게 할 때에도 현장운영팀에서 쌓은 지식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모든 일은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전 단계였어요. 지금까지 쓸모 없던 경험은 없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해요.